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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후기

서울심리지원센터 상담 3회기

by Haileee 2022. 8. 18.

상담 시작 시간에 맞춰 센터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9시 10분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8시 50분에 일어났다. 미친듯이 준비를 다 하고나니 12분이 지나있었다... 이게 되네; 어떻게든 침대에서 꾸물거리는 시간을 늘리려고 했던 내 행동보다, 결과적으로 지각하지 않았다는 점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어쨌든 제 시간에 도착했고 손해 본 것도 없으면 굳이 내 행동을 책망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렇게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쓰며 나를 비난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니, 자기비하가 정말 몸에 배어있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아무리 허들을 낮춰 지금 내가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계획을 세워도 하루를 넘기지 못하는 것,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면 하루를 전부 망친 것 같은 기분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 결국 또다시 자책하고 나를 미워하게 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주일 동안 죄책감 없이 쉬고 싶은 만큼 쉬어보라는 숙제를 받았다. 일단 그렇게 하겠다고 했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솔직히 엄마에게 일주일 동안 쉬기로 했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엄마는 내가 시작조차 하지 못해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니까. 그냥 다른 고시생들이랑 다를 것 없이 공부하고 있을 거라 믿고 있으니까.. 고시생의 피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짓이라고 생각할테니까. 내가 이런 숙제를 받은 걸 알리면 그 경위까지 설명해야 할텐데 그럴 자신이 없다.

글을 쓰고 있자니 후회가 된다. 엄마한테 말할 자신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은 게 너무 후회된다. 난 언제쯤 '엄마한테 혼나는 게 무서운 어린아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시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남들처럼 경제활동을 해야 할 의무를 피해가고, 부모님께 모든 것을 지원받으며 막상 공부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창피한 과거에 대해 털어놓았다. 독립하고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을 미루며 안락한 부모님의 품 안에서만 살고 싶어하는 미성숙한 욕구. 내가 고시를 놓지 못하는 건 정말 합격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회에 내던져지는 게 두려워서 공부하는 척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는 것.

왜 그렇게 항상 회피하고 공부하는 척만 하고 공부하지 않는 것을 들키지 않는 데에만 급급한 건지, 이유를 물으면 그게 즐겁고 편했으니까 라고밖에 답할 수 없었다. 먼 미래에 어떻게 폭망하든 지금 당장 노는 게 좋으니까. 누워있는 게 편하니까. 선생님은 그건 절대 편한 상태가 아니라는 걸 직면해야 한다고 하셨다. 말로는 편하다고 하면서도 그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니까.

한 회 당 5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은 것 같다. 그 50분이 무의미한 시간이었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꺼내기엔 시간이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내가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몰두한 곳이 SNS였다는 점, SNS 속 관계에 중독되어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


다음 상담 날까지 죄책감 없이 쉴 수 있을까. 쉬는 것도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내가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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