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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리뷰]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 박진영

by Haileee 2020. 4. 12.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 박진영

존중받지 못한 내 마음을 위한 심리학

 

우리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세상의 지침을 따라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러는 동안 내 마음은 돌보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이 책은 자신의 마음이 뭐라고 말하는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최신 심리학 연구를 통한 자기지각, 보상심리, 긍정적 정서, 번아웃, 행복 습관, 사회적 지지, 통제감, 완벽주의, 자존감, 너그러움 등에 관한 이야기가 그 과정을 돕는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나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삶에 대해 너그러워진 나, 어제보다 한 뼘 더 자라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항상 대체 어떻게 해야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난 언제나 남에게는 관대하고 나 자신에게는 엄격했다. 엄격하다 못해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후려치기 일쑤였다. 칭찬을 들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다른 사람들의 장점은 잘만 보이는데 왜 막상 나에 대한 장점은 떠오르지 않을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갑자기 본인의 장점을 다섯 가지 말해보라는 주문을 받으면 한참을 망설이다 힘겹게 쥐어짜내게 될 것 같다. 그만큼 내게 '나를 사랑하기'란 과제는 대학원생이 논문 쓰기만큼 어렵다. 평생을 쌓아온 자기혐오가 책 한 권 읽는다고 뚝딱 해결될 만큼 얄팍하면 얼마나 좋을까.

 

자존감에 대한 서적을 읽는다고 갑자기 나를 사랑하게 되는 건 절대 아니다. 그랬다면 이 세상은 행복만으로 가득했겠지. 하지만 확실한 건 나를 미워하는 상태를 방치시키며 그대로 고인물이 되는 것과, 책이라도 읽으며 노력하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사실이다. 그 믿음만으로 구입하게 된 심리학 서적이 바로 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이다. 제목부터가 나를 저격하고 있어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뜬구름 잡는 소리 투성이인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작가의 탄탄한 심리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라는 점도 끌렸다. 그만큼 이 책을 통해 많은 조언을 얻었고,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내가 나에게 수도 없이 겨누어왔던 화살을 내려두고 날 아껴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건강한 멘탈로 살아가기 위해 항상 머릿속에, 마음속에 새겨 둘 만한 좋은 글들이 많아서 일부만이라도 공유하고자 한다.

 

 

긴장과 불안에 새 이름 붙이기

사람들은 흔히 불안이나 긴장을 느낄 때 진정함(calm down)으로써 긴장을 억누르려고 한다. 하지만 연구들에 의하면 감정을 무작정 회피하거나 억압하는 것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고 역효과만 날 뿐이라고 한다. 또한 최근 <실험심리학 저널>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불안을 억누르는 것보다 '나는 지금 불안한 게 아니라 신난 것(excitement)'이라고 감정을 재해석해보는 것이 불안감을 조절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한다. 즉 감정의 이름을 바꿔보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발표를 하거나 수학 시험을 보는 등 긴장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진정해야지"하고 스스로 되뇌거나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나 지금 좀 신난 것 같아"라고 되뇌어본 사람들이 훨씬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끈기 있게 수행에 임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는 현상을 확인하였다. (중략)

긴장을 신남으로 바꾸는 것 역시 '감정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긴장과 신남은 기본적으로 신체적 각성 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통하는 면이 많은 정서이기 때문에 정말 긴장 상태였더라도 "그게 아니라 신난 거야"라는 해석을 붙이면 비교적 납득이 잘 된다는 것이다.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유독 두려워하고, 발표를 할 때면 어김없이 목소리가 떨려오는 나에게 '긴장과 불안에 새 이름 붙이기'라는 방법은 단비와도 같았다. 이 책은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직접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준다는 점이 좋았다. 실제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신뢰도 또한 높다. 나는 학과 특성 상 발표 수업을 많이 듣는 편인데, 발표를 할 때마다 지금 나는 신난다, 정말 즐겁다, 되뇌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분명 난 긴장되고 불안한데, 그 감정에 내가 스스로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는 것 자체로 큰 도움이 되어준다.

 

 

목표 달성을 원하면서 진지하게 그 과정에 임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따라서 심리학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목표를 설정한 다음 단계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하고 궁금해했다. (중략)

연구자들은 밝은 미래만 떠올릴 경우엔 보통 목표를 위한 과정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목표 설정만 한 채 끝이 나버리고,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는 걸림돌을 떠올릴 경우엔 자연스럽게 과정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딛는 셈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꿈에서 현실로 소환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나에게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면서 간략하게나마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고, 이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인) 해볼 만하겠다는 자신감과 실천하려는 의지도 생긴다고 한다.

 

무작정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기보단,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이용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목표를 달성하면 얼마나 기쁠지를 상상하면서 동시에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것들(생활 습관, 산만함, 주위 환경 등)을 함께 떠올리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해가 되는 것들을 생각하면 긍정의 힘만을 믿을 때보다 더 자연스럽게 추진력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멋지게, 잘 사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인 걸까? 그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내 삶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물론, 자기비하에 빠질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해 현실적인 기대를 하기보단

긍정적으로 상당히 치우치게 기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멋진 삶을 맡겨뒀던 양

당연한 걸 받지 못했다며 이상한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 숨 쉬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고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거다. 삶의 모습이 어떻든 간에 하루하루 삶을

지속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일이다. 그러니 그럭저럭 살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보자.

그리고 더 나아가 내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의 삶도 대견하게 바라보면 좋겠다.

 

한창 시험 공부를 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여 있던 시기에 이 구절을 읽고 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직 닿지 못한, 어쩌면 영영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이상을 좇다가 지금, 여기 존재하는 나를 비하하고 부정하지 말자. 내가 원하는 나의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지금 현재의 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이기에 완벽하지 못하고 부족한 점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당장 나의 부족한 점까지 끌어안고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며 오늘도 수고했다고 스스로에게 따뜻한 인사 한 마디 건네는 정도는 어렵지 않으니까. 오늘 잠들기 전에도 수고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줘야겠다.

 

 

겸손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타인에게 관대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너그러운 편이다.

또 스스로에 대해 아주 높은 기준을 설정하거나 자학하지 않고, 타인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과 타인이 모두 부족함이 많은 인간임을 잘 받아들이며, 그런 인간치고 이 정도 하면 꽤 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나 타인의 부족함을 마주쳤을 때 "음,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라고 할 수 있는게 바로 겸손이다.

삶에 대해 겸손하고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너그러울 줄 아는 사람들은 애써 자신을 '방어'하거나 대단하게 포장할 필요를 덜 느낀다.

완벽하지 않지만 (사실 그게 당연하고) 그래도 괜찮기 때문이다.

 

만족의 원천이 비교우위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자신보다 열등한 누군가를 찾거나 다른 사람을 깎아 내려가며

자신의 우위를 드러내 보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비슷하게 자신보다 뛰어난 누군가를 보았을 때 박탈감이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늘 비교하고 열등감을 느끼느라 기진맥진할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자,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절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마음가짐이다. 겸손해지기, 나에게 그리고 남들에게도 너그러워지기. 솔직히 말하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때 열등감을 빼놓을 수가 없다. 항상 내가 갖지 못한 남들의 장점을 부러워하고 그만큼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남들은 이러저러한 점 때문에 멋있고 대단해 보이는데, 나만 초라하고 못났다는 생각이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생각을 조금이나마 고쳐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겉으로 볼 때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어도, 그건 말그대로 '겉'으로만 봤기 때문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내가 남에게 선뜻 말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듯이 모두가 마찬가지다.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별로고, 그런 식으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나 자신을 갉아먹을 뿐이다. 남이 가진 장점을 나를 깎아내리는 요소로 사용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될 일이다. 부족한 점이 보이면 인간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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