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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리뷰]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 박진영

by Haileee 2020. 4. 13.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 박진영

건강한 자존감을 위한 '자기 자비' 연습

 

“자존감 수업을 마쳤다면 이제 ‘자기 자비’ 연습을 시작하자!”
이 책에서 저자는, 자존감이 낮지 않았지만 항상 많은 불안과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발버둥 치며 살았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재미로 하는 보드게임에서도 이기려고만 하고 지기라도 하면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는 등, 언제나 잘하고 이긴 경험만을

차곡차곡 쌓아오며 자존감을 지켜왔다. 하지만 자신의 기준을 조금이라도 채우지 못하면 ‘넌 왜 이것밖에 못 하니?

’ ‘어이구, 이 멍청아!’라면서 스스로를 두들겨 패기도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내 마음을 부탁해》 등,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해온 박진영 작가가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자기 자비self-compassion’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근거로 쌓아올려져 우리를 기쁘게도 하지만 꽤 자주 힘들게 하는 ‘자존감’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대신,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에게 따뜻한 지지자로서의 태도를 갖게 하는 ‘자기 자비’를 배울 것을 추천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양한 최신 심리학 연구에 자신의 경험담을 풍부하게 녹여냈다.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심하게 비난하고 상처를 주면서 살았던 저자의 솔직한 고백과 성장과정을 읽다 보면,

깊은 공감과 따뜻한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제공]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라는 책을 통해 박진영 작가를 알게 되고, 트위터 계정을 구독하다가 '자기 자비'에 대한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전작인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꽤 인상깊게 읽었기에,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이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책 소개에도 나와있듯 이 책은 '자기 자비self compassion'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현대인이라면 높은 자존감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랬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자비'라는 심리학 용어가 생소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자존감이란 다들 알고 있듯이 용어 그대로 '나를 존중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자존감은 당연히 높을수록 좋다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에는 이러한 통념을 깨는 내용이 등장한다. 자존감만 높으면 당연히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존감의 높낮이보다 자존감을 어떻게 추구하느냐, 즉 자존감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제시하는 '높지만 건강하지는 못한 자존감'의 모습을 A, B, C라는 사람의 예시를 들며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자신이 매우 가치 있고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의 모습을 좀 더 특징적으로 살펴보자.

A는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경쟁심을 갖는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전투적으로 살고 있으며,

만약 자신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타인을 깎아내린다.

B는 거절당하거나 실패할 경우 상대방이 이상했다거나 그 일이 너무 어려웠다는 등 원인을 자기 내부에서 찾기보다

외부에서 찾는다. 또 자신의 높은 자의식에 상처를 준 사람에게 공격성을 보인다.

C는 자기가 속한 집단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자기 집단 사람들이 다른 집단 사람들에 비해 여러모로 낫다고 여기는

'내집단 편향'을 보인다.

(중략)

높은 자존감은 자존감 추구 과정의 결과일 뿐 그 자존감 추구법이 '건강한가'를 보장하지 않는다.

높지만 전혀 건강하지 않고 심지어 장기적으로는 자신과 타인에게 해로울 수도 있는 자존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작가는 높은 자존감의 소유자라고 해서 모두가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며 자존감을 높이면 행복해진다는 믿음은 결국 허상인 것이다. 작가는 높은 자존감이 곧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원인이 아니라, 그러한 삶을 살아왔다는 결과 중 한 가지라고 말한다. 바람직한 삶의 결과로 얻은 높은 자존감이라면 그 자존감의 질 또한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바람직한 삶을 추구하고, 결과적으로 건강한 자존감을 얻을 수 있게 될까?

 

먼저 작가는 자신에 대해 평가자로서의 태도를 버리고 지지자로서의 역할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나는 멋져. 나는 특별해.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라며 다소 비현실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멋지지 않아도 괜찮아.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랑받는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니야"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즉 '현실적인 기준'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를 자기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 또는 '자기 자비'라고 한다.

 

이러한 너그러움, 자기 자비의 세 가지 요소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자기 자신에게 친절한 태도를 지니기

"타인을 대하듯 나에게도 인간적인 대우를 해보면 어떨까? 나를 향해서도 따뜻하고 자애로운 시선을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숨 쉬듯 쏟아내는 자기 비난의 해로움을 알고 이를 제지하는 것이다."

 

2.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해 깨닫기

"이는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한계와 부족함에 대해 무턱대고 화를 내고 미워하기보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는 태도이다."

 

3. 자기 자신에 대한 판단 멈추기

"자기 자신에 대한 판단을 멈추고 힘든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면 어떨까? 그저 '지금 많이 힘들구나'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주는 것이다. (중략) 귀찮은 감정이 찾아왔다고 해서 그것을 미워하거나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먼저 내 마음이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내가 지금 왜 이러는 건지 가만히 느껴보자. 힘듦을 토로하는 친구에게 "뻥 치지마. 그 감정은 거짓이고 불필요한 거야. 이 약해빠진 것아"라고 말하지 않듯, 나에게도 그러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좋다 나쁘다, 잘했다 못했다 끊임없이 가치 판단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이기에 항상 원하는 만큼 잘하는,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의 이런 불완전성을 잊은 채 자책하고, 자기 비하를 하기도 한다. 작가는 그렇게 자기가 책정한 어떤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우리가 남들에게는 쉽게 "그럴 수도 있지."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라고 위로하면서 자신을 보듬어주지는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가 위로해준 그들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인데 왜 나에게만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걸까. 나를 비롯한 모든 인간을 동등한 시선으로,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은 다양한 심리학 연구 사례를 토대로,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모든 일에 항상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특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항상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자기 자신을 짓눌러 왔던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서 그런지, '지나치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읽으면 공감 가는 부분이 훨씬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지나치게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쉽게 공감하기 어렵겠다고도 느꼈다. '특별한 나, 우월한 나'가 될 생각은커녕 평균이라도 되고 싶어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겐 '자신에게 너그러워져라'라는 주문이 크게 와닿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존감이 지나치게 낮고 자기 비하를 심하게 하는 사람들에겐 이 책보다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먼저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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