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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극복일기

우울증 극복 일기 1

by Haileee 2021. 3. 5.

그저께, 그러니까 3월 3일에 정신과 초진을 받고 왔다.

 

원래는 다음주 월요일에 내원을 할 예정이었는데, 자꾸 가슴이 뛰고 갑자기 눈물을 참을 수가 없는 상태를 도저히 버텨낼 수 없겠다 싶어서 다른 병원을 찾아 예약 전화를 했다. 다행히 당일 진료가 가능했기에 바로 달려가 진료를 받았다. 절대 울지 말아야지 몇 번이고 다짐했지만 진료실에 들어가 입을 열자마자 눈물이 나왔다. 지금 내 상태에 대해 말로 표현하면서, 과거에 내가 저질렀던 과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역시 힘든 일이었다.

 

처음에는 불안증과 무기력이 심해져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해 이야기했고, 선생님의 이런저런 질문을 통해 그외 내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까지 끌어냈다. 식이장애(폭식증), 흡연, SNS 중독, 대인관계 기피증, 가족관계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끌어안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내 입으로 직접 토해내고 나니 내 상태에 대해 조금이나마 객관화할 수 있었다. 난 지금까지 병을 앓고 있었구나.

 

선생님은 계속 눈물을 흘리는 내 모습에 전혀 개입하지 않으셨고 내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해주셨다. 진료를 받는다고 해서 바로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내 상태를 진단 받고 약을 처방 받는 게 다였지만 꼭꼭 숨겨왔던 감정을 토해낸 것만으로 어느정도 위로가 되었다. 상담을 마친 후 간단한 우울증/불안증 테스트를 한 후 좀 더 심층적으로 내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테스트지를 제공 받았다.

 

 

 

 

500문항이 좀 넘는 테스트지를 앉은 자리에서 전부 체크해 두었고, 이에 대한 결과는 다다음 진료 때 알 수 있을 듯하다. 약은 이틀째 복용 중이다. 당연히 어떤 변화가 나타나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므로(부작용도 딱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 꾸준히 복용을 하며 경과를 지켜보고자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상태 또한 여전하다. 지금 쓰는 일기 또한 진료 당일에 쓰려고 했는데 이틀이나 미루고서야 쓰고 있는 것이다.

 

정신과 상담과 약 복용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지 않는다. 여기에만 의존해선 안된다는 사실도 잘 안다. 약물 치료는 내가 변화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수단일 뿐 절대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이불 속에서 빠져나와 어떤 시도를 했다는 사실에는 의의를 둘 수 있겠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항상 마음에 새겨두자.

 

오늘도 새벽에 잠들어 늦게 일어났다. 독서실에 가서 앉지 못했다. 건강한 아침 식사를 하지 못했다. 운동은 당연히 못했다. 난 여전히 내가 밉고,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무력감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슴 아프지만 이게 지금의 객관적인 상황이다.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오늘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고 수행하자. 그냥 하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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