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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두자릿수를 넘긴 우울증 기록. 예전부터 제목에 대해 고민을 해왔는데, 결국 ‘우울증 일기’에서 ‘우울증 극복 일기’로 제목을 바꾸었다.
나의 감정을 마음 속에 방치해두지 않고 기록하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어떤 이름을 붙여 기록하느냐 또한 중요한 사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우울증 일기라고 하면 시간이 흐르고 일기 옆의 숫자가 늘어가도 나는 계속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말이 씨가 된다’는 아주 유명한 속담에 의하면 실제로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말의 힘에 이끌려 우울한 내용만 구구절절 써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극복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건데. 그런 이유로 나의 염원을 담아 ‘극복’을 추가하여 제목을 바꾸게 되었다. 언젠가 이 마음의 병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져 이 기록 또한 끝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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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명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 노력하고 있다. 가만히 나의 호흡에 집중하고, 자꾸만 흘러들어오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그저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또 호흡을 통해 내보낸다는 과정을 끝낸 후 눈물을 펑펑 흘린 기묘한 경험 이후 명상에 더 진지하게 임하고 싶어졌다. 명상 이외에도 시크릿, 마음챙김 등등으로 유명한 유튜브 ‘마인드풀tv’의 내용을 정리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끌어당기며 사는 법을 배우고 마인드풀tv 유튜버 정민님의 명상 책을 사서 조금씩 공부하고 있다.
명상을 끝낸 후 눈물을 펑펑 흘렸던 것만큼 의아했던 경험은 명상 도중에 심장이 불안정하게 뛰고 불안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정민님의 책에 따르면 명상 중에 ‘공포’를 느끼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내가 느낀 건 공포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뭔가 알 수 없이 찾아 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분에 당황했었는데, 이 또한 명상 도중 느낄 수 있는 공포의 하위 카테고리라고 봐도 될 듯하다.
“명상 중 막연한 공포감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의 잠재의식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 부정하고 저항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우리 안에 남아 있어요. 우리는 많은 것들에 두려움을 갖고 살기 때문에 명상 중 알 수 없는 공포감이 찾아오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중략)
스스로에게 ‘많이 두렵지? 그래도 난 이겨낼 수 있어. 함께 해보자’라고 반복해서 말해줍니다. 어깨나 명치 등 긴장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을 의식적으로 이완하고, 숨이 답답하다면 조금씩 호흡량을 늘려봅니다.” 정민, <내 안의 평온을 아껴주세요> 중
정민님에 의하면 명상은 매일마다 식사를 하고 양치를 하듯이, 모든 현대인이 당연하게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나의 참된 내면을 꽁꽁 가둬놓은 자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이렇게 말하면 좀 어려우니 내가 명상을 일주일 좀 넘게 하면서 실질적으로 얻은 이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아직 하루에 두 번 아주 짧은 시간, 유튜브 가이드를 따라서 하고 있기 때문에(진짜 고수들은 가이드 없이 15분 넘게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겠지. 대단하다..) 대단한 장점을 줄줄 읊을 단계는 아니지만 정말 중요한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짜증나고 괴롭지 않게 되었다. 나는 지금 항우울제를 처방 받고 있으니 완전히 명상의 덕을 봤다고 말하기엔 뭐하지만.. 모닝 루틴의 첫 번째를 ‘감사 저널 쓰기와 아침 명상 쓰기’라는 어렵지 않고 기분이 편안해지는 일로 정해놓으니 아침에 일어나는 게 괴롭지 않은 건 확실하다. 명상을 끝낸 직후, 다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비워진 나의 마음과 마주하는 일도 참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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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치료를 시작한 후, 걷기의 즐거움을 되찾은 게 가장 기쁘다. 그저께도 오랜만에 밤의 한강을 걸었다.
![](https://blog.kakaocdn.net/dn/bI7hcN/btq1sCrf8fz/tmub1puzlhKHckhdz5Y4F0/img.jpg)
전보다 많이 걸으니 자연스레 운동도 된다. 이렇게 여러모로 많이 나아진 모습에 안심도 되지만,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이렇게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또 지금은 마음의 평안과 무기력 극복을 위해서 일부러 작은 목표 여러 개를 달성하며 작은 성취감을 누적해 나가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눈앞의 사소한 목표만 붙잡고 살 수도 없는 법이다. 여기서 더 발전할 수 있을지,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솔직히 아직 자신이 없다. 나에 대한 신뢰가 없다. 하지만 기억하자. 이미 지난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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