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 일기 13

오늘 일기의 시작은 산책하다가 본 꽃. 색이 너무 선명하고 예뻐서 홀린듯이 휴대폰 카메라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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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하고 있는 긍정 확언 명상에 이런 문장이 있다.

 

 

"감사한 마음을 가질수록 더욱 감사할 일이 생긴다는 것을 믿는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니 감사한 일이 일상 생활 속에서 자주 머리를 내민다. 갑자기 돈이 생긴다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기적 같이 좋은 일이 생긴다거나 하는 개념은 아니다. 원래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일들에 새삼스럽게 주목하게 되고 그에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덤이다. 예를 들어 저녁으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면서, 집 냉장고에 신선한 야채가 있고, 이걸 먹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아주 많이 감사했다. 억지로 감사한 기분이 들려고 노력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감사했다. 뭔가 새로운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아도 기분만 좋아진다면 그게 어딘가. 아니 기분이 좋아졌다는 사실만으로 내게 새로운 기쁨이 찾아왔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을 두 번 쓴 걸 업로드 하고서야 발견..

 

최근 이렇게 에버노트 어플을 다운받아서 소소하게 감사한 일이 생길 때마다 바로 적고 있다. 사실 위의 캡쳐는 소소한 감사함이 아니다. 아주 큰 감사함이다. 햇빛이 비추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던 나였는데, 창문 바로 아래 있는 침대에 누워 몸을 풀며 좋다~ 외치고 나서 혼자 놀랐다. 좋다 라니.. 뭔가 좋다는 감정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건 꼭 적어 놓아야겠다 싶어서 바로 에버노트를 켰다. 요즘 즐겨보는 유튜브 마인드풀tv에서 노트 어플 등을 사용하여 내 머릿속을 지나가는 잡념을 항상 적는 게 좋다고 했는데, 나는 조금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나쁘지 않은 습관인 것 같다.

 

 

여담으로, 우울증 약도 약이지만 마음 안정에 큰 도움을 준 게 마인드풀tv 영상들과 유튜브 '에일린'님 명상 영상 그리고 <마인드 스트레칭>, <내 안의 평온을 아껴주세요>라는 책이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주제에서 파생된 모든 말들을 그게 맘대로 되겠냐며 부정하던 나였는데, 치료를 받기 시작한 후부터 좀더 말랑해진 자세로 마음챙김이나 자기치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내 안의 평온을 아껴주세요> 필사한 내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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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루 10분 이상 운동하기(일요일은 휴식)를 2주째 실천했다. 정말 매트를 깔자마자 다시 접는 수준의 시간이지만 어쨌든 안한 것보다 낫다, 하긴 했다 라는 것만으로 꽤 큰 성취감을 준다.

 

일주일 하루 10분 운동 기록한 것

 

운동이 정신 건강에도 참 좋은 이유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은 날이라도 내 몸을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가슴 깊숙한 곳에서 성취감이 밀려오며 나도 '꽤 괜찮은 사람'으로 느껴지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인드 스트레칭> 中

 

들숨과 날숨, 흐르는 땀, 근육의 당김에 집중하다 보면 과거에 얽매이게 했던 집착, 미래를 걱정하던 불안은 사라지고, 남이 아닌 온전히 '나'에게 몰입하는 순간에 살 수 있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운동은 몸 만들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마인드 스트레칭> 中

 

 

운동과 명상은 과거와 미래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 문제는 운동이나 명상을 할 때만큼은 오롯이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만 집중하는 게 가능하지만 끝난 후에는 불안이나 의심이 자꾸 솟아난다는 사실이다. 더 괜찮아질 수 있을까? 정말 이렇게 조금만 해도 괜찮은가? 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게 된 후에도 지금의 이 평온한 마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정말 내가 나를 평생 조건없이 사랑하는 게 가능할까?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알아차리고 흘려보내는 연습도 끊임없이 해나가야지.

 

 

짧은 명상, 운동을 통해 하루에 10분, 15분이라도 현재의 나를 아껴주는 데 전념하는 습관을 들이다보면 하루 10분, 15분 동안만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나를 사랑하는 데 쓸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유튜브 명상을 재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