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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극복일기

우울증 극복 일기 10

by Haileee 2021. 3. 28.

 

전보다 많이 나아진 생활을 하고 있다. 닷새 정도 8시 30분에 일어나 모닝 루틴을 실천했고 (오늘은 주말과 생리를 핑계로 9시에 일어났다) 하루에 한국사 강의도 두 개씩 듣고 있다. 명상도 계속 하고 있다. 기분도 대체적으로 괜찮다.

 

 

최근 매일 쓰고 있는 감사 저널과 모닝 루틴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불안은 여전하다. 내가 이렇게 괜찮아도 되는 건가, 이것도 곧 사라져 버릴 감정이 아닐까 라는 불안. 나름대로 아주 작고 사소한 루틴을 실천하며 나아지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게 언제까지 갈까 싶은 마음을 떨치기가 힘들다. 뭘 시작하든 며칠 하다 그만 두는게 내 인생이었으니까. 너무나 긴 시간 동안 그렇게 설계해온 인생이라 오랜만에 일주일 가까이 뭔가 실천을 했다 해도 순수하게 기뻐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은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핑계로 아주 작은 실천만으로 뿌듯해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더 큰 실천, 더 큰 성취를 해낼 수 있을까. 솔직히 아직 자신이 없고 불안하다. 난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지금 내 선택이 옳은 것인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 내 인생을 끔찍하게 만들었던 논문 쓰기를 포기했다. 솔직히 내가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얻게 된 것은 약물 치료도 치료지만, 논문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한 덕이 크다(엄마는 내가 논문 포기 선언을 한 이후로 등 뒤에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떨쳐낸 사람처럼 보인다고 했다. 백수인 건 여전한데도...). 그렇다면, 나는 언제나 이렇게 살게 될 것인가?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내팽개치면서. 조금 더 쉬워 보이는 길만 찾아 다니면서. 그러다 또 어려워지면 또 포기하면서...

 

 

"나는 여태껏 뜻깊은 성취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규정한 것이 언제나 족쇄처럼 날 붙잡아 둔다. 뜻깊은 성취를 한 적이 없다는 건 곧 고난을 이겨낼 인내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나아가다 보면 남는 건 절망 뿐이다. 역시 내게 미래는 없겠구나. 라는 생각.

 

 

하지만 이제는 예전과 달리, 그런 생각에 머문 채로 흘러가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명상을 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모두 토해낸다. 머리를 비우고 과거, 미래가 아닌 '지금 현재'의 나만을 의식한다. 그러면 정말 신기하게도 머릿속에 치덕치덕 붙어있던 절망들이 씻겨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과거의 나보다 일찍 일어나서 이불을 정리한다. 과거의 나와 다르게 다시 눕지 않고 감사 일기를 쓴다. 스트레칭도 하고 명상도 한다. 아주 짧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루틴이지만, 과거의 나와는 다르다. 나는 이렇게 계속 달라질 것이다. 달라지고 싶다.

 

 

 

오늘의 아주 짧은 산책. 경의선 책길에 핀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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