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니며 약을 먹기 시작한지 딱 한 달이 지났다.
고작 한 달 지났을 뿐인데 모든게 일사천리 잘 되는 게 더 이상하지. 요즘 의욕이 넘쳐서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니 현재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할당치를 가볍게 초과해버린 것 같다. 갑자기 솟구치는 스트레스에 집에 있는 과자를 폭식할 뻔했다가(소분된 크래커 세 봉지로 그쳤다. 이 정도면 폭식까진 아니라고 믿는다) 가까스로 제동을 걸고 샐러드를 잔뜩 먹었다. 이 정도면 옛날과는 많이 달라진 거니까 칭찬해줘도 괜찮겠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든 마음을 가다듬고 오늘 하려던 일을 전부 하는게 옳은 걸까, 쉬어가는 게 좋은 걸까. 예전보다 기분이 나아지고 뭔가 할 마음이 생겨서 좋긴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고 있으면 불안하다는 점이다.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던 시간 동안 빚이라도 쌓인 것처럼, 그 마음의 빚을 청산하지 않고 가만히 흘려보내는 시간이 불안하다. 심지어 취미 생활이나,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아르바이트 등으로 시간을 채우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거라 계획이 틀어지면 데미지가 크다. 아무래도 지금의 내 상황에 맞게 타이트한 계획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 줄 필요가 있다. 나는 아직 뭘 하든, 남들만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하다.
딴 건 몰라도 운동과 명상은 절대 빼놓지 않으려고 한다. 명상은 아침저녁으로 짧게나마 꼭 하고 있고, 운동은 어제부터 20분 짜리 공복 유산소를 시작했다. 언제까지 갈진 모르지만 일찍 일어나 땀을 빼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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