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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리뷰]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 박현아

by Haileee 2020. 4. 15.

 

호린의 프리랜서 번역가로 멋지게 살기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 박현아

 

5년 차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리 잡은 박현아 번역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 직업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무작정 프리랜서 번역가가 꿈의 직업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프리랜서 번역가에 대한 막연한 환상보다는 실제 모습을 간접 체험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며 일상을 보내는지를 잘 알게 해 준다.


진입장벽은 낮지만 계속 번역 일을 하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생각보다 번역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엄청나다. 이런 수고에 비해 수입은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진정 번역을 좋아하고 천직이라 생각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지도 모른다. 프로의식과 사명감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문직 중에서도 전문직이라 할 수 있는 번역을 인생의 마지막 직업으로 생각하고 이 분야에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한다면 이보다 보람되고 멋진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프리랜서 번역가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이고 나에게 잘 맞는지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현직 프리랜서 번역가 8인의 생생한 인터뷰도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궁금했던 프리랜서 번역가의 일상과 업계 현황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책은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길잡이가 되고, 실전에서 고투를 벌이는 번역가에게는 초심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만화나 드라마, 제이팝 등을 통해 일본어를 접하고, 대학에서도 일본어를 전공하면서 비슷한 듯하면서 다른, 한국어와 일본어의 미묘한 간극에 매력을 느꼈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기본적으로 어순이 같고 한자어를 쓴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있는 그대로 직역하면 끝이라는 오해를 자주 받곤 한다. 하지만 일본어라는 언어에 대해 깊이 파고들수록 자잘한 차이들을 깨닫게 된다. 한국에서 쓰는 한자어라고 해서 일본에서도 그대로 통한다는 법은 없다. 일본어의 조사(助詞)를 있는 그대로 한역하면 오남용이 될 위험이 크다. 일본어는 한국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어와 남성어의 구분이 뚜렷한 것도 대표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애니로 일본어를 잘못 배운 성인 남성이 일본인에게 '일본 여중생 같은 말투를 쓴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꽤 유명한 일화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아무튼 나는 그렇게 비슷한 듯 다른 일본어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한국어답게 의역하려고 고민하는 그 과정이 참 재미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인터넷에 무작정 '일본어 번역'을 검색해 본 결과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했다. 지식인 답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격증 관련 글이 판을 쳤다. 결국 내가 얻어낸 정보는 '인맥이 중요하다', '일단 통번역 대학원에 가야한다' 정도였다. 역시 한국엔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고, 번역 업계는 이미 레드오션이니 내가 설 자리는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거의 자리잡았을 때쯤 이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통번역 대학원을 나오지 않고도, 인맥 없이도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리잡았다는 작가. 전문 번역가들조차 자기 일감을 사수하기가 힘든 현실에,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 책을 냈다니.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로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을 구매하게 되었다.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을 통해 알게 된 번역의 세계는 내가 막연하게 알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일단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는 사람들 중 통대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이 책의 저자인 박현아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꼭 전공이 일본어가 아니어도, 번역 자격증 소지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프리랜서 번역가가 될 수 있었다. 필요한 게 학력도, 전공도, 자격증도 아니라면 번역가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작가가 강조하는 것들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이 꼭 갖추어야 하는 것은 바로 번역 경력과 꾸준한 영업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JLPT N1 정도의 실력은 미리 쌓아두어야 한다. 일본어 실력을 쌓기 위한 공부법 또한 책에 제시되어 있다.)

 

1. 번역 경력 쌓기

번역 경력이 필요하다니, 경력직만 뽑으면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뽑냐는 취준생들의 한탄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이 가장 어렵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상태에서는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이, 아주 사소한 경력이라도 만들기 위해 부딪쳐야 한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작가는 경력이 없을 때 가장 먼저 향해야 할 곳이 아르바이트 사이트 또는 포털 사이트의 번역 카페라고 말한다. 알바 사이트에서 '번역'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번역 일감들이 조금씩 나타나는데, 경력 없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감이 올라올 때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알바 사이트에 '일본어 번역'을 검색하면 번역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모던바, 토킹바 알바 구인이 판을 친다. 몇몇 개 있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로 '판을 친다'... 여기서 얻는 빡침 또한 번역 경력을 쌓기 위해 견뎌야 하는 고비겠거니,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또한 포털 사이트의 번역 카페에 올라오는 번역 직거래 일감을 빨리빨리 캐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작은 경험을 천천히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나가떨어지는 사람이 꽤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카페나 음식점 서빙 알바처럼 매일 매일 새로운 구인 글이 올라오는 것이 아니니까. 솔직히, 몇 달 동안 아무런 수확 없이 검색만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번역 일감은 쉽게 쉽게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다.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소위 '존버'를 해서 일을 따내는 사람만이 인맥, 학력 없이 전문 번역가가 되는 길의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2. 영업하기

작은 경력을 쌓고, 이력서를 작성한 후에 해야하는 것이 바로 '영업'이다. 프리랜서 번역가를 모집하는 모든 회사 이메일로 이력서를 보내는 것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번역 업체까지 공략해야 한다. 이러한 영업 활동은 번역을 시작하는 초보자뿐 아니라 현직 번역가들도 끊임없이 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이미 자리를 잡은 전문 번역가인 작가도, 번역을 시작한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에 세 번 이상' 취업 사이트를 꼭 둘러본다고 한다. 매일같이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처럼, 프리랜서 번역가들도 돈을 벌기 위해 일정한 루틴을 반복하는 하루를 사는 것이다. 영업을 어디에, 어떻게 하는지는 책에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그렇게 수많은 번역 회사에 영업을 하고 나면 '샘플 테스트'라는 실무 능력 평가를 받게 된다. 이 샘플 테스트를 통과한 후에 번역 회사의 프리랜서로 등록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프리랜서 번역가로 먹고 살기 위한, 기본적인 토대를 쌓는 과정이다. 그 외에도 번역의 종류, 번역 프로그램인 '트라도스'에 대한 소개, 번역 관련 팁, 프리랜서 번역가의 일상, 현직 번역가들 인터뷰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제 번역가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뗀 초보자에게도,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후에도 쭉 도움이 될 아주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속편인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실전편>도 서점에서 대강 훑어본 적이 있는데, 산업 번역/관광 번역의 실제 예문을 통해 어떻게 해야 잘한 번역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실용서인듯 했다. 빠른 시일 내에 대여하거나 구매해서 더 자세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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