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임 체인저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What the health)>, <카우스피러시> 등의 넷플릭스 다큐를 연달아 본 후 충격을 받아 채식을 시작한 지 약 한 달 정도가 흘렀다. 처음엔 채식 식단이나 생활 습관 등을 기록할 생각이 없었는데 문득 시간이 흐른 후 돌이켜 보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뿌듯할 것 같기도 해서 식단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채식을 시작하고 비건을 지향하기로 한 나의 결심이 내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대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나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자면, '비건(윤리적인 목적으로 음식, 의류 등 동물에서 유래한 모든 것을 소비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 중인 페스코 베지테리언(어패류는 먹는 채식주의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큐멘터리를 다 본 직후, 비건 관련 도서를 다 읽고 책을 덮은 직후에는 단칼에 비건이 되겠다고 비장하게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하루에 세 번은 꼭 맞이하는 식사 시간이 될 때마다 굳은 결심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나는 아직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학생이라, 지난겨울에 이미 한가득 담아 둔 김치나 어머니가 해주는 맛있는 반찬에 포함된 젓갈이나 액젓, 굴소스 등등을 수시로 접한다. 다행히 어머니도 내 추천으로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을 보신 후 큰 충격을 받고 덩어리 고기나 가공육은 반찬에 올리지 않기 시작하셔서, 페스코 채식은 아주 쉽게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페스코여도 생선 살을 직접 먹는 건 지양하려고 노력한다.
비거니즘은 단칼에 자르듯 수행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많지만, 나는 좋은 의도로 시작한 채식이 나를 옥죄는 강박이 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페스코로 시작해 비건에 다다르는 과정을 밟기로 결심하자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동물권만큼이나 중요한 게 내 멘탈 관리니까. 페스코 채식에 안주하지 않고 점점 발전하는 데에, 내가 먹는 음식을 찍어서 기록해두고 기록한 것을 다시 보며 성찰하는 행위도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어느 정도의 체중 감량을 목표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 올릴 식단은 잠깐 하고 말 다이어트 식단이 아니라 평생 지속해 나갈 식단이다. 살을 빼기 위해 이렇게 먹는다기보다 '이렇게 먹으면 내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동물과 환경을 아낄 수 있고 덤으로 다이어트 효과까지 얻으면 금상첨화다'라는 마음으로 먹으려고 항상 노력한다.
아침
'알알이 구운 통곡물'은 100% 구운 통곡물인 줄 알고 샀는데 뒤늦게 보니까 프락토올리고당, 대체당 등이 함유되어 있었음..
그래도 일반 시리얼이나 그래놀라보다 당류가 낮아서 아침 대용으로 좋은 것 같다.
간식
안 좋은 식습관을 갖고 살 때는 과자나 빵류을 한번에 여러 종류 구입하면 앉은 자리에서 다 먹는 폭식을 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채식과 건강 등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나 도서를 접한 후로는 이런 간식류를 잘 안 찾게 된다. 먹고 싶지만 억지로 꾹꾹 참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안 먹게 된다. 한번 사온 간식거리들을 하루만에 그야말로 '순삭'하는 게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렇게 변한 내가 신기하고 좀 두려울 정도다. 이러다가 어마어마하게 폭식 터지는 거 아냐? 라는 생각도 가끔 든다. 이렇게 나 자신을 불신할 정도로 내 폭식 습관은 좀 심각했다.
하지만 이제 이 생각만큼은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맛있지도,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기계적으로 입에 꾸역꾸역 집어넣는 폭식은 '자학'이라는 것. 난 너무 오랫동안 내 몸을 학대해왔다는 것. 음식이 입에 들어오는 순간 순간의 자극에만 집중하다가 내 몸을 소중히 대하지 못했다는 것. 다시는 이 길게 이어져왔던 흑역사로 뒷걸음질치고 싶지 않다.
점심
요리가 귀찮아서 이렇게 씻고 찌고 칼로 깎는 등 최소한의 과정만 요구하는 음식을 먹게 된다..
저녁
원래 계획은 오이고추와 쌈채소를 넣은 현미 김밥을 말아 먹는 거였는데, 남아있던 쌈채소가 다 상해서 버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 속상했음. 살림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더니 이 나이 먹고 채소 보관법도 제대로 모른다. 정말 반성해야 할 일이다.
급한대로 집에 있는 밑반찬들을 꺼내 먹었다. 엄마 반찬이니까 당연히 맛있었지만 뭔가 좀 짜게 먹은 기분.
내일은 채소 더 더 많이 먹어야지.. 자두도 슬슬 물러터져가니 아침에 많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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