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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채식이 다이어트, 건강에 미친 긍정적 영향

by Haileee 2021. 2. 15.

(작년 9월에 썼던 글)

유례없는 홍수로 인해 기후 위기가 수많은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게 된 것을 계기로 채식에 대한 관심 또한 예전보다 커진 것이 느껴진다. 육류를 소비하지 않음으로써 메탄가스의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데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채식과 비거니즘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내가 채식을 시작한 본래 목적은 개인적인 건강 관리와 다이어트였다. 6월 중순 경, 넷플릭스에서 관련 다큐멘터리를 접한 후 지금까지 페스코 채식을 하고 있으니 이제 채식을 시작한 지 2개월 반 정도가 된 셈이다.

 

(페스코 채식은 육류와 가금류는 먹지 않되 해산물, 달걀, 유제품 등은 먹는 채식이다. 그러나 나는 해산물을 제외한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으므로 페스코 채식의 원래 정의와는 조금 다른 채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해산물까지 끊고 완전 비건을 지향하는 것이 내 최종 목표지만, 사람을 만나고 외식을 하는 데에 생기는 제약 때문에 가끔 외식을 할 때만 해산물을 섭취하는 정도로 채식을 실천 중이다.)

 

'채식 식단을 실천하는 것=다이어트'라는 공식은 채식은 풀만 먹는 것이라는 편견에서 기인한 가장 공고한 고정관념이 아닐까 싶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분명하게 해두고 싶은 것은 채식이 곧 다이어트는 아니라는 점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제일 기피하는 밀가루도 채식이고, 감자튀김도 채식이다. 다이어트 빵이라는 오해를 쉽게 받는 비건 빵 중에도 당류가 상당히 높은 빵이 많다. 버터/달걀/우유 등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그만큼 설탕과 오일을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채식일지언정 살이 안 찌는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다이어트와 건강은 채식(정크비건식 위주가 아닌 자연식물식 위주의 건강한 채식)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이점 중 한 가지인 것은 분명하다. 또 많은 사람들이 건강해지고 싶어하고 체중을 감량하고 싶어한다. '살도 빠지고 건강해진다는데 채식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채식을 시작했다 해도, 우리는 알게모르게 환경 보호는 물론 동물권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자기중심적인 이유로 시작한 채식이 나를 둘러싼 환경과 나 이외의 다른 생명에게까지 영향을 뻗치며 결과적으로 이타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다른 생명을 착취하지 않고 환경 보호에도 힘쓰면서 내 몸을 건강하게 가꾼다는 건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채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변한 내 몸을 보면서도, 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세상에 긍정적인 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도 뿌듯함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도 채식을 시작함으로써 이런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1. 몸무게 변화와 대략적인 식단관리, 운동 방법

 

 

현재도 아주 날씬한 몸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변화가 나름 잘 보이는 눈바디 비교샷.. 같은 바지임

 

 

 

페스코 채식 약 2개월 반 동안의 몸무게 변화부터 이야기하고 시작하자면, 6월 30일 기준 67.7kg에서 9월 8일 기준 62.6kg으로 약 5kg을 감량했다. (키 173cm) 채식을 시작하기 전에도 다이어트를 하고 있긴 했는데.. 마지막으로 잰 날짜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2020년 초에는 69~71kg 사이였던 것 같다.

 

운동은 당연히 병행했고 일주일에 3~4회, 스트레칭까지 포함한 홈트를 1시간 정도 했다. 똑같은 영상을 계속 반복하면 금방 지겨워져서 땅끄부부/다노/제이제이/소미핏 등 다양한 유튜브 채널 중에서 괜찮다 싶은 것들 골라서 했다. (가장 자주 한 건 40분 짜리 다노 올인원 운동과 제이제이 누워서하는 복근 운동, 제이제이 하체토닝)

 

식단은 이미 블로그에 포스팅을 많이 해놔서 따로 자세히 적지는 않겠지만, 자연식물식 위주(100% 자연식물식 아니고 '위주'.. 비건 초콜릿이나 비건빵 같은 간식도 먹고 싶으면 먹었다. 몸에 부담되지 않도록 조금만 먹고 내려놓는 게 가장 중요)로 먹었다. 페스코 채식이라 월남쌈에 새우를 넣어서 먹거나, 연어회, 쭈꾸미볶음 등으로 한 끼를 먹은 적도 있고.. 아, 술은 채식 시작한 후로 소주만 두 번 마셨다.

 

내 식단에서 가장 큰 변화는 '세 끼를 건강하게 배불리 먹기'다. 아침에 과일을 배부를 때까지 먹어도, 채식 레시피로 만든 반찬에 쌈채소를 곁들여서 현미밥을 한 바가지 퍼먹어도 살이 안 찐다는 걸 알았다. 세 끼를 배부르게 먹으니 군것질 생각도 거의 안 났다. 워낙 디저트를 좋아해서 아예 안 나는 건 아니고 거의 안 났다^^.. 엄마가 말해주기 전까진 몰랐는데 예전엔 내가 밥을 깨작깨작 적게 먹었다고 한다. 난 막연히 뭐가 됐든 많이 먹으니까 살이 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식사는 대충 하고 과자, 빵, 마카롱, 케이크, 카페 음료 등을 많이 먹어서 그런 거였다.

 

 

 

2. 채식을 하기 전의 나

 

나는 육류보단 유제품이 함유된 디저트 중독과 집착이 심각한 타입이었다. 커피는 살 찌는 게 무서워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셨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건 바닐라 라떼였다. 요즘엔 편의점 간식류가 엄청 발전해서 편의점에도 밥먹듯이 갔다. 모찌롤 종류를 엄청 좋아해서 종류별로 다 먹어본 것 같다.. 쿠크다스 칙촉 빈츠 몽쉘 이런 거는 한 박스를 사면 앉은 자리에서 순삭하는 게 기본이었다. 로투스 한 줄 길게 들어있는 것도 두 번 이상 나눠서 먹어본 적이 없는 듯..

 

먹방에 중독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먹방이 유행하기 전엔 알지도 못했던 디저트류를 자꾸 사먹었다. asmr 사운드 내기 좋은 우유찹쌀떡이나 매그넘 아이스크림 같은 거.. 난 그냥 한 마디로 폭식증 환자였다. 폭식증을 앓는 사람이 대부분 그럴 것 같은데 몰래 먹는 습관도 엄청 심했다. 그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으면서 먹는 내내 맛있고 행복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눈 앞에 쌓이는 쓰레기와 비워져가는 과자 봉지나 박스를 보고 있으면 자괴감이 장난 아니다. 누워서 자라고 있는 침대에서 부스러기 안 흘리려고 노력하면서 꾸역꾸역 먹는 꼴이 한심해서 죽고 싶었다.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싶고. 그런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정신병원에 가기 전엔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어쨌든 꽉 끼기 시작한 옷에 몸을 맞추기 위해서는 폭식을 끊어야 했기 때문에, 언제 폭식이 도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은 채 식단 관리와 운동을 시작한 게 올 봄이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식단 관리는 동물성 단백질도 골고루 먹는 잡식 식단 관리다. 고기는 몸에 좋은 단백질이니까, 라면서 비엔나 소세지 같은 가공육도 죄책감 없이 먹었다. 치즈/우유/요거트는 말할 것도 없고. 라면 같은 인스턴트나 밖에서 사먹는 떡볶이 등을 줄여보겠다고 요리도 좀 하기 시작했는데, 유튜브 레시피에는 어쩜 그렇게 계란이 빠지지를 않는지. 이렇게 글을 쓰며 지난 시간을 복기해보니, 유제품이 들어간 디저트를 줄인 대신에 그 외 모든 동물성 단백질을 정말 열심히도 챙겨먹었구나 싶다. 몸에 이상신호가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3. 채식을 시작한 계기와 다이어트에 대한 인식 변화

 

그런 식단(지금 생각해보면 이걸 식단 관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을 지속하던 어느 날, 배가 찢어질 듯이 아프다가 미친듯이 설사를 한 적이 있었다. 왜 이렇게 찢어지는 고통을 느껴야만 잘못됐음을 깨닫게 되는 건지.. 정말 인간은 어리석구나 싶다. 그 복통을 앓기 직전에 먹은 음식이 치킨이다. 튀기지 않고 구워서, 다이어트 하면서 가끔 먹기 좋다고 여겨지는 브랜드였다. 아무튼 한 번 그렇게 아파보니 먹는 방식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이어트 유튜버의 식단 관리 방법 영상을 찾다가 건강 문제로 육류를 끊은 유튜버의 식단 관리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영상에 댓글로 넷플릭스 다큐 <더 게임 체인저스>를 추천한 걸 보았고 결과적으로 그 다큐와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이라는 다큐가 나를 채식주의자로 만들어주었다. 나는 유튜브 영상을 볼 때면 무조건 댓글도 같이 읽는 타입인데, 이런 사소한 습관 덕에 인생의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 거다.

 

<더 게임 체인저스>는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아도 충분히 튼튼하고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다큐라면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공장식 축산업과 낙농업이 의료계와 손을 잡고 우리를 병들게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주제로 한 다큐이다. 인간이 제 배를 불리기 위해 저지르는 대규모 동물 학살도 끔찍했지만, 다큐를 다 본 후 '내가 지금까지 내 몸을 학대해왔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 당연한 걸 왜 다큐를 보고 나서야 깨닫게 된 건지 궁리해봤는데, 다른 생명체가 학대 당하는 장면을 여과없이 맞닥뜨리고 나니 비로소 내가 내 몸에 행한 학대까지 선명하게 보인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나는 약 없이는 평생 못 고칠 것만 같았던 폭식증을 하루 아침에 고쳤다. 내 몸을 아끼고 남의 생명도 예전보다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식생활을 지키면서 자연스럽게 체중도 줄어들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항상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마음가짐은 '조급해 하지 말 것', '다이어트는 채식이 주는 부수적인 효과임을 잊지 말것'이었다. 나는 살면서 대부분의 기간을 과체중으로 지냈고 단기간 감량과 요요를 반복했기 때문에, 옳지 못한 방법으로 빨리 뺀 살은 그만큼 빨리 찐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빨리 살을 빼기 위해 채식을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동물을 해치고 내 몸을 해치는 음식을 내 삶에서 치우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되 그에 따른 체중 감량 효과는 좀 느리더라도 조급해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2개월 반 동안 5kg을 감량한 것도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4. 그 외 건강 면에서의 변화

 

채식을 시작 후 한 달 동안은 배에 가스가 너무 많이 차서 고생을 했었다. 평소에 생채소를 안 먹다가 갑자기 많이 먹기 시작하면 생기는 명현 현상이라고 한다. 채식주의자가 됐다고 해서 바로 코끼리처럼 풀을 뜯게 된 것도 아니고, 예전에 비하면 많이 먹는다 정도였는데도 가스가 심했고 배변활동도 시원찮았다. 이 현상이 지속되는 기간은 사람에 따라 다른데 나는 한 달이 지난 후부터 몸이 안정화되었다. 먹는 양 자체가 좀 적었던 날을 제외하면 거의 1일1쾌변 중이고 2쾌변 할 때도 있다^^..

 

피부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어렸을 때부터 겨울이 되고 날이 건조해지면 아토피가 올라오는 피부였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봄인데도 아토피 증상이 있었다. 심지어 평소에 아토피가 올라오지 않는 부위였던 등이 미친듯이 간지러웠다. 옷에 가려지는 부위라 다행이지 틈만 나면 긁어댄 탓에 피부가 심하게 상했다. 동물성 식품을 끊은 후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완화가 돼서 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와 이것도 고쳐지네.. 싶은 마음이랄까.. 그리고 최근에는 가족에게 얼굴에 윤기가 난다는 말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여자로서 가장 중요한 생리. 원래는 생리통 때문에 이틀은 통으로 버렸었는데 이제 하룻밤 아픈 정도로 완화되었다. 항상 진통제는 효과도 없는데 왜 먹나 원망하면서도 희망고문 하듯이 하루에 두 알씩 두 번, 심하면 세 번을 억지로 삼켰었는데 이젠 두 알씩 한 번만 먹어도 금방 가라앉는다. 생리 둘째 날에 걷기 운동을 하러 나갈 정도다. 나는 이 변화 때문에라도 채식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여자로 태어난 게 원망스러울 정도로 아픈 날들이 내 인생에서 거의 제거되었는데, 채식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데 면 생리대는 아직 부지런히 관리할 자신이 없어서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꼭 시도하고 싶다.

 

 

 

여기까지가 채식이 나의 다이어트와 건강에 준 긍정적인 변화들이다. 채식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절대적으로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겪은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되찾았다는 사실 또한 자명하다. 나의 글이 채식을 시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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