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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변화하기 위해서

by Haileee 2021. 3. 2.

캄캄한 새벽은 여러모로 인간에게 유해하다. 어둡고, 곁에는 아무도 없고, 맘껏 소리내어 울 수도 없다. 오늘 새벽은 참 힘들었다. 하염없이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기에는 눈이 너무 아팠고, 피곤해서 책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막상 잠들기 위해 눈을 감으면 잠들 수 없었다. 난데없이 눈물이 흐르고 가슴이 답답한 시간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견뎠다. 침대 너머 창문을 바라보면 자꾸만 그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내 모습만이 그려져서 일부러 창문에 눈길도 주지 않으려 노력하며 울었다. 내 인생은 다 끝났다는 생각. 더 이상 회생의 길은 없다는 생각.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만이 나를 지배했다.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다 내 탓이라는 확신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가족에겐 줄곧 괜찮은 척, 잘 하고 있는 척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 내 상태를 밝힐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겨우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세상은 밝아져 있었고, 모든 것이 멈춰있던 새벽보단 마음이 훨씬 나았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피곤하고 눈이 뻑뻑한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아무튼 잠들지 못하는 새벽은 끝없는 어둠 속으로 밀어붙일 뿐이다.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밝아지고 활기가 더해졌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마음이 좀 괜찮아지는 것이 신기했다.

 

지금의 나에게는 씻고 밖으로 나오는 게 최선이다. 지금도 해야할 일은 뒷전이고 겨우 밖으로 나와 카페에 앉아 이런 글을 쓰고 있다. 그냥, 집에 멍하니 누워있는 것보단 낫지 않나라는 생각만으로. 마음 속 응어리를 글의 형태로 내놓는 것이 내 멘탈 관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만을 바라면서.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넋두리만으로 끝낼 수는 없기에, 이런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의 나에서 한발짝이라도 발전하기 위해 실천해야 할 사소한 일들을 글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정신과 상담

되도록이면 약의 도움은 받고 싶지 않았다. 바뀌고자 하는 내 의지만으로 변화하고 싶었다. 하지만 새 사람이 되겠답시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지키지 못하고, 또 계획을 세우고 또 지키지 못하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지 10년이 넘어가니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 상태는 그저 의지 박약, 게으름이 아닌 불안장애라는 병인 것 같다. 어려운 것은 무조건 회피하려는 성향,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작도 못하고 포기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냥 하나의 '성향'이라고 보기에 이는 나라는 인간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하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나를 옭아맨다.

새벽 내내 인터넷에서 동네에서 유명한 정신과 의원을 찾아본 끝에 예약을 잡았다. 사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심리지원센터에서 무료로 상담을 받고 싶었는데 예약이 4월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급한대로 정신과 상담을 받기로 했다. 가장 빠른 시간이 다음주 월요일이라 다음주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내 마음의 병을 털어놓고, 약 처방으로 조금이라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길 바라본다.

 

 

2. 아침 기상 후 운동

아침 6시, 7시에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은 지금의 내게 아직 불가능한 일이다. 챌린저스 어플에 돈을 10만원 넘게 버린 후에야 겨우 인정하게 됐다. (여기에 걸 돈을 병원 진료비로 썼어야 했다..) 아무리 큰 돈을 걸어도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며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무력감만 누적시키는 짓은 그만두고 지금의 내게 적합한 목표를 세우기로 했다.

8시 기상 후 30분 걷기. 걷기가 익숙해지면 런데이 어플을 이용해 러닝을 시작하려고 한다. 8시에 일어나는 것이 익숙해지면 7시로 시간을 당길 것이다. 남들은 5시에도, 심지어는 4시 30분에도 일어나는데 8시에 일어나는 것에도 이렇게 큰 결심이 필요하다니 나는 정말 답이 없구나. 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만 밀려오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제동을 걸어야 한다.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과거의 나 자신과 비교하고 과거의 나보다 나아지는 것에만 집중하자.

 

 

3. 욕심 내지 않기

경력도, 스펙도 변변찮은 탓에 어찌저찌 졸업을 해도 아무데도 취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안은 채 살고 있다. 내 실력을 그나마 발휘할 수 있는 JPT, JLPT 등 일본어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고 컴활 1급도 따고 한능검도 따고 싶고 토익 점수도 갱신해야 하고... 해야만 하는 일을 생각만 하고 결국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다. 눈앞에 놓인 졸업이라는 관문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며 산더미처럼 쌓아만 두고 있으면 더 두려워지고, 더 회피하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언젠가는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또 계획만 열심히 세웠다. 계획한 대로 못하고 또 그런 자신에게 실망했다. 이렇게 글로 정리하다 보니 정말 답이 없는 상태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지금의 나는 한 가지 과제에만 집중하기도 버거운 상태다. 적어도 여름까지는 졸업 논문에만 집중하자. 작은 과정으로 쪼개서 하나하나 달성해 나가자. 스펙 쌓기는 그 다음 일이다.

 

 

4. SNS에 쓰는 시간 줄이기

변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가장 망설여지고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량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과 비례한다는 실험 결과도 존재한다는데 나는 왜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건지. 줄여야 하는가 아니면 아예 끊어야 하는가만 1년 넘게 고민한 것 같다. 바빠서 접속이 뜸해질 것 같다, 그래도 계속 친구해달라(ㅋㅋ)는 글 하나 올리기만 하면 끝나는 일을 1년 넘게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왜냐면 지금 내게 SNS가 유일한 행복이니까. 비대면으로라도 사람들과 허물없이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니까. 그래서 이걸 딱 잘라 끊은 후 내가 잘 살아나갈 수 있을지 그게 두려워서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야 하는 걸 이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고 SNS에 접속해보느라 글 하나 쓰는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일단 오늘은 밤 12시가 되기 전에 휴대폰을 멀리 하고 자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5. 자세 바르게 하기, 매일 스트레칭 짧게 하기

요즘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진 것과 관련이 있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허리가 자주 아프다. 지금까지 쌓아온 잘못된 습관이 슬슬 몸 상태의 변화로 나타날 나이가 되긴 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도 지금 당장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 앞에서 무너지지만, 웬만하면 식사 후 바로 눕지 않기, 자세 똑바로 하기, 스트레칭 짧게라도 매일 해주기를 실천해서 지금부터라도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몸을 바로잡아야 한다.

 

 

6. 그외 챌린저스를 통한 습관 형성

1) 지출 기록하고 소감 쓰기: 지출 기록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일기도 함께 쓸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쓸데 없는 소비가 있었는지 반성하면서, 하루를 버텨낸 소감도 함께 적어보자.

2) 단어 100개 암기: 확실히 직접 쓰면서 암기하니까 기억에도 잘 남아서 도움이 된다.

3) 주5회 과일 먹기: 아침 과일 먹기 습관을 굳히자.

4) 주3회 샐러드 먹기: 야채를 싫어하지만 정크푸드나 배달음식 대신 건강하게 먹자.

 

 

7. 독서실 출첵

독서실을 등록만 해놓고 2주째 나가지 않고 있다. 내 돈으로 결제한 것도 아니면서. 가장 쓰레기 같은 부분이다. 난 그냥 독서실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상황에서 끝까지 회피하고 싶은 것이다. 열심히 해도 잘 될 리 없다는 부정적인 사고에 휩싸여서. 열심히 해도 잘 될 리 없다고 누가 정했지? 왜 그렇게 확신하지?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하지만 아무리 나를 이렇게 채찍질해도 내 몸은 말을 들어먹질 않는다. 대체 몇 년 째 이 지경으로 사는 걸 반복하고 있는지. 빨리 공부에서 벗어나 경제 활동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 싶으면서,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인 논문 쓰기를 계속해서 회피하고 있다.

그냥 가서 앉는 것만을 목표로 독서실에 가자.

가서 바로 논문을 쓰지 않아도, 딴짓을 해도, 책을 읽어도 괜찮으니까 일단 가서 앉자.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제발...

 

 

8. 뽀모도로 학습법

20분도 채 집중하지 못하는(성인ADHD가 아닌가 의심 될 정도임 진심으로) 지금 상태에서 불타는 집중력은 바라지도 못한다. 논문 쓸 때는 25분 집중하고 5분 쉬는 학습법을 활용하자.

 

 

9. 일상 기록

길게는 아니더라도 노력하는 내 모습을 기록하자. 변화가 눈에 보이도록 기록해 둔다면 그만큼 의욕도 더 생기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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