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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리뷰]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 김유진

by Haileee 2021. 2. 18.

나는 정말 오래 전부터 늦잠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버릇을 고치고 아침형 인간이 되길 꿈꿔왔었다.

관련 도서도 읽어보고, 내일부턴 바뀌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닝 루틴을 세워봤지만 항상 제자리걸음이었고 실패를 반복한 끝에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결론을 내고 말았다.

어떤 외국인(유명인이겠지만 기억이 안나서 이런 표현밖에..)이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한 것도 봤다. 아침형 인간이 남들과 다른 점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우쭐대는 것 뿐이랬나.. 대충 이런 뉘앙스였는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걸 보며 그래, 일찍 일어나든 아니든 뭐 그렇게 다른 삶을 살겠어?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무리 자기합리화를 해도 객관적인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은 남들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

아무리 부정해도 난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고, 나도 미라클 모닝이 주는 '기적'을 체험해 보고 싶다는 것.

 

그러나 사실이 어떻든 나는 계속 실패했고, 반복되는 실패 경험으로 학습된 무기력만 누적되어 갔다.

몇 번이고 시도해봐도 막상 새벽 알람이 울리면 변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더 자고 싶다는 욕구가 나를 항상 지배했다.

많이 잔다고 해서 많이 잔 만큼의 만족감을 얻는 것도 아닌데 대체 나는 왜 이렇게 잠에 집착할까.

변하고 싶다는 마음은 크면서 왜 그놈의 잠에게 매번 지는걸까.

 

이렇게 무력함을 안은 채로 평소와 같은 삶을 살던 중,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우연히 김유진 변호사님(이후 '님' 호칭 생략)의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변호사라는 직업만으로도 대단한데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자기계발까지 한다니.

나와는 아예 근본부터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그저 우러러 보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영상을 보는 순간만큼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샘솟을 때도 있어서 한 번 시도해 봤다가 또 실패하고 결국 또 포기하는.. 부끄러운 짓도 몇 번 반복해가면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지 않냐고? 당연히 힘들다.
오랫동안 새벽 기상을 실천해 왔지만 지금도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에는 몸이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이 찰나를 이겨내지 못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다시 잠들면 늘 똑같은 삶에 머무를 것이라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킨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 김유진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라는 책이 출간된 것도 유튜브를 통해 알았지만 바로 구입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평소처럼 업데이트되는 영상들을 보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부러워하기만 했다.

 

이렇게 뒤늦게나마 책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챌린저스' 어플 덕분이었다.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인증하는 챌린지에 도전하는 사람이 1000명 이상인 걸 보고 경각심이 들었다. 다들 도전하고 있구나. 돈을 걸어서라도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사실 김유진 변호사의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동기 부여가 되고 미라클 모닝을 수행하기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래도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기 전의 의식을 치른다는 기분으로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애초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사람이 쓴 책인 만큼,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는 좋은 책이다. 구독자로서, 팬으로서 구입해서 읽을 만 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보성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이미 아침형 인간 관련 도서를 한 권 이상 읽어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미 아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느낄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되기 이전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의 이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세상에 많이 나와있다. 그 중 한 두 권이라도 읽어봤다면, 어떤 새로운 정보를 얻을 목적으로 이 책을 살 이유는 없을 것 같다는 게 솔직한 감상평이다.

 

하지만 이는 순전히 정보량만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고,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역시 '나같은 사람도 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준다는 점이다. 김유진 변호사에게도 4시 30분에 일어나는 건 여전히 힘든 일이고 이불의 유혹을 떨쳐내는 것도 여느 사람들처럼 힘들어 한다. 하지만 이겨낸다. 김유진 변호사와 내가 다른 점은 그 찰나에 괜한 고민과 합리화 끝에 다시 잠드는 대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는 것 뿐이다. 내가 죽어도 범접할 수 없는 어떤 경지에 올라서 4시 30분에 일어날 수 있는 게 아니라, 알람을 들은 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쨌든 김유진 변호사가 여러 방면에서 나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는 사람이란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실패와 좌절, 우여곡절을 겪어온, 나와 똑같은 인간이다. 아무리 몇 년을 실천해 온 사람이어도 4시 30분에 일어나는 건 힘들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시작은 좀 늦지만, 늦었다고 해서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뭐라도 해보는 게 훨씬 낫다.

 

중간중간 실패하는 날이 있더라도 이를 핑계로 그만 두지만 말자. 완벽함만을 추구하면 결국 이도저도 안되고 무력감만 쌓인다는 건 이미 너무 잘 안다.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하지 말자. 계속 도전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날도 올 것이다.

 

난 아직도 알람 소리가 두렵다. 싫은 걸 넘어서 두렵고 무서울 정도다. '소리' 자체가 무섭다기보단 새로운 하루가 밝아오는 걸 무서워하는 거다. 끝나지 않는 코로나, 잘 써지지 않는 논문... 회피하고 싶은 것만 산더미 같다. 하지만 잠 속으로 회피해봤자 좋은 건 그 순간뿐이다. 일단 일찍 일어나서 뭔가 치열하게 하려고 하기보단 김유진 변호사가 언제나 강조하는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일어나라, 삶이 바뀐다."

 

정말 삶이 바뀌는지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서라도 미라클 모닝을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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