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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내 인생 첫 미라클 모닝

by Haileee 2021. 3. 25.

보통 ‘미라클 모닝’하면 새벽 4시반이나 적어도 7시에는 일어나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울증과 그로 인한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는 나에게 4시반은 고사하고 7시에 깨어나는 것도 고역이다. 그런 이유로, 순전히 내 기준에서의 ‘미라클’한 아침은 약속이 있다거나 병원에 가야한다거나 하는 강제성 없이 ‘아침 8시 30분’에 일어나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내가 정한 미라클 모닝을 난생 처음으로 수행해냈다. 내일 바로 다시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기록할 만 한 아침이었다고 생각해, 오늘 8시 30분에 일어난 순간부터 외출하기 전까지 했던 일들을 나열해 보려고 한다.


1. ‘알라미’ 어플 사용해서 일어나기
정말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직접 사용해 본 적은 없는 어플이다. 정해진 미션을 수행해야만 알람이 꺼지는 시스템의,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획기적인 어플인데, 아침이 오는 것 자체가 싫어서 본능적으로 알람 맞춘 시간보다 빨리 일어나 알람을 해지해 버리고 늦게까지 자곤 했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지금까지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했던 시간은 아침 6시~8시 사이였다. 그리고 그렇게 설정한 알람을 해지하는 이유가 결국 그 시간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잘만 일어나는 8시도 나에겐 벅찬 아침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30분만 더 늦춰보자고 알량한 내 자존심과 합의를 보았고, 처음으로 성공을 했다. ‘그래도 미라클 모닝인데 8시 30분은 좀...’이라는 저항감을 깨부수니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겨우 하루 성공한 것치고 대단하다는 듯이 말하고 있지만 나는 심각한 무기력증 환자이기 때문에 너그럽게 봐주도록 한다. (나는 프리미엄 구독자만 쓸 수 있는 미션인 ‘따라쓰기’ 미션으로 기상했는데 돈이 좀 아까워서 다음 달부터는 구독을 취소하고 사진 찍기 미션으로 바꾸려고 한다)


2. 이불 정리하기

“미 해군 대장 윌리엄 맥레이븐의 ‘이불부터 개라’는 유명한 연설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이 연설에 감명을 받아 매일 아침 첫 일과로 이불개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반듯하게 잘 접힌 이불을 보며 뭔가 했다는 기분으로 시작하는 하루와, 몸만 겨우 빠져나온 채 번데기 같은 이불을 뒤로 남겨두고 허둥지둥 시작하는 하루는 천양지차였습니다.”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

이 책 내용에 감명을 받아,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후 이불 정리를 했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누워있던 내가 이불에 남겨 놓은 수면의 기운을 털어낸다는 기분이 드는게 좋았다.


3. 감사 일기 쓰기
감사 일기 쓰기의 중요성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길어야 일주일 하고 그만 뒀던 과거가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유튜브 ‘마인드풀tv’에서 감사 일기 쓰기를 강조하는 것을 보고 다시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일기에 감사한 것들을 5가지 쓰기. ‘감사’라는 마음에는 어떤 부정적인 것도 끼어들 수 없다고 한다. 하루를 긍정적으로 시작하는 좋은 스텝이라고 생각한다.

감사 일기를 쓰기 위한 일기장과 함께 마신 오설록 유채꿀차(맛 없음..)


4. 세수하고 아침 명상
감사한 일들을 열심히 쥐어짜내 쓴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졸음을 쫓아내기 위해 찬물로 세수를 한 후 명상을 했다. 내가 한 명상은 유튜브 ‘에일린 mind yoga’ 채널의 ‘5분 아침명상’과 ‘7분 긍정확언 (아침 확언 명상)’이다. 다른 유명한 명상 채널들도 있겠지만, 에일린 님이 영상 속에서차분한 목소리로 해주는 말들이 참 좋아서 이 채널로 정착했다. 5분 아침명상은 ‘4분 동안 가이드를 들으며 호흡+1분 동안 가이드 없이 호흡’하는 구성이고, 7분 긍정확언은 7분 동안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말들을 직접 소리내어 읊어 보는 구성이다. 둘 다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하기에 적합한 영상이다.


5. 다노 ‘눈 뜨자마자 스트레칭’하기
일명 ‘눈뜨스’로 유명한 다노tv의 아침 스트레칭이다. 비록 난 눈 뜨자마자 하진 않았지만 찌뿌둥한 몸을 깨워주는 데 좋다.


6. 과일과 채소로 아침 식사
몽롱한 상태로 일어나서 식빵 두 장에 땅콩 버터를 잔뜩 발라먹은 후 다시 잠드는 게 습관화되어 있었는데, 오랜만에 맑은 정신으로 직접 토마토와 키위를 잘라 먹었다.


7. 30분 알람 맞춰놓고 독서, 30분 지나면 아침약 먹기 -> 머리 감고 외출 준비


여기까지가 내가 오늘 난생 처음으로 시도한 ‘미라클 모닝’이다.
소감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아침 동안 기분이 매우 상쾌했다는 것이다. 상쾌하다는 기분을 정말 얼마만에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일 아침이 되면 또 이 상쾌한 기분을 잊고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다는 욕망에 먹혀버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의 성공을 이렇게 기록해 두면, 다시 해이해지면 이걸 읽어보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아 거창하지만 오늘의 아침을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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