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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극복일기

우울증 극복 일기 18

by Haileee 2021. 4. 23.

 

 

갑작스런 불안과 무기력 때문에 미친듯이 먹거나, 평소에도 갑자기 이유 없이 고르게 숨을 쉬기가 힘든 때가 간헐적으로 오는 등의 증세를 병원에 털어놓았다. 진료 시간까지 대기하면서도 어쩐지 불안하고 다리가 계속 떨리고 숨이 가빠져서 계속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었다. 솔직히 처음 내원했을 때는 없던 증상이라 말하면서도 계속 당황스러웠다. 이런 상황을 선생님께서는 '불안 발작'이라고 표현하셨다. 발작이라니,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의 출현에 조금 놀랐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 경미한 정도고, 공황까지 발전한 상태도 아니라고 해서 다행이었다. 이날 불안 발작과 공황에 대한 교육 비슷한 것을 받고 비상약도 받아왔는데 다행히 그후로 비상약을 찾을 만큼 불안한 상황은 오지 않았다. 갑자기 다리를 미친듯이 떨거나 숨이 가쁜 증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닌데, 잠깐 다 내려놓고 5분 정도 심호흡을 하면 괜찮아지는 정도였다.

 

 

이런 이유 모를 증상이 아니더라도, 어김없이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가족의 안위이다. 솔직히 너무 유난이라 가족 앞에서 티는 안내지만 귀가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무슨 일이 생겼을까봐 불안해 하게 된지가 5년? 정도 된 것 같다. 가장 큰 에피소드라면, 친구분들과 해외 여행을 갔던 엄마가 한나절 동안 연락이 안 돼서 밤새 울었던 것 정도.(엄마가 휴대폰이 잘 안터지는 지역에서 관광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냥 무슨 일 있으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감을 넘어 내가 지은 죄가 많아서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이 정도로 심각성이 크진 않지만 비슷한 불안감을 어제 오랜만에 느끼게 되어서, 이렇게 글로 기록해 본다. 동네 친구와 잠깐 동안만 이야기를 나누고 오겠다던 동생의 귀가가 생각보다 늦어져서 잠에 들지 못했다. 숙면 명상을 할 때와 같은 자세로 누워서 아무리 심호흡을 해도 동생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침대 밑으로 내려와 제대로 자세를 잡고 생각을 흘려보내는 명상까지 했다. 명상을 할 때까지만 해도 불안한 생각이 다 비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침대에 다시 올라오니 또 불안해졌다. 결국 도어락 소리가 들린 후에야 모든 불안감이 해소되고 잠에 들 수 있었다. 이건 내가 극복해낸 불안감이 아니다. 동생이 들어와 준 상황이 해소시켜 준 것이다.

 

 

요즘은 우울감보단 불안이 나를 힘들게 하는 듯하다. 원래도 우울증과 함께 불안 증세가 심하긴 했지만 우울증이 차차 나아지면서(요즘 항우울제의 약을 늘렸는데, 그 때문인지 이유없이 기분이 막 좋을 때도 있다) 우울에 묻혀있던 불안이 두각을 드러내는 것 같다. 없었던 신체적 증상까지 생기고... 그래도 이렇게 글로 토해내고 있으니 다리도 안 떨리고 괜찮아지는 거 같기도 하고. 내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가 생겨서 마음이 무겁다. 여기서 더 심각해지면 어떡하지, 이러다 죽으면 어떡하지 라는 예기불안은 없지만 그냥 이 상태가 은은하게 지속되어서 은은하게 내 일상을 방해하면 어쩌나 라는 걱정이 들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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