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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극복일기22

우울증 극복 일기 10 전보다 많이 나아진 생활을 하고 있다. 닷새 정도 8시 30분에 일어나 모닝 루틴을 실천했고 (오늘은 주말과 생리를 핑계로 9시에 일어났다) 하루에 한국사 강의도 두 개씩 듣고 있다. 명상도 계속 하고 있다. 기분도 대체적으로 괜찮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불안은 여전하다. 내가 이렇게 괜찮아도 되는 건가, 이것도 곧 사라져 버릴 감정이 아닐까 라는 불안. 나름대로 아주 작고 사소한 루틴을 실천하며 나아지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게 언제까지 갈까 싶은 마음을 떨치기가 힘들다. 뭘 시작하든 며칠 하다 그만 두는게 내 인생이었으니까. 너무나 긴 시간 동안 그렇게 설계해온 인생이라 오랜만에 일주일 가까이 뭔가 실천을 했다 해도 순수하게 기뻐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은 우울증과 무기력증.. 2021. 3. 28.
우울증 극복 일기 9 1 어제 저녁, 정말 오랜만에 직접 건강한 식사를 차려 먹었다. 마트에서 산 저렴한 채소 믹스에 대저토마토, 대체육을 추가한 대단할 거 하나 없는 상차림이었지만 뭔갈 차렸다는 것만으로 뿌듯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정말 맛있게, 감사하며 먹었다. 열심히 건강식을 차려 먹고 기록도 해보겠다며 사놓은 샐러드볼과 키친클로스를 몇 달이 지나고서야 처음 사용했다. 건강식이고 나발이고 사실 요즘은 야심차게 시작한 채식조차 멀리하고 있었다. 언제나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겠노라 의식은 하고 있으면서도, 양심상 덩어리 고기만 피할 뿐 우유가 함유된 디저트류, 과자류를 가족들 눈을 피해 침대에 앉아 꾸역꾸역 퍼먹었다. 채식을 시작하기 전의 나로 돌아간 것이다. 다시 나의 몸을 음식으로 학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 2021. 3. 25.
우울증 극복 일기 8 1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을 기록해 두어야겠다. 처음으로 엄마와 내 증상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스스로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병원에 함께 가려고 했었는데,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자 직접 부딪혀 볼 용기가 생겼다.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것 같은 패배감, 자살 상상, 가끔씩 신체적으로 나타나던 불안 증세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논문을 더 이상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고백과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전부 해냈다. 새롭게 도전한 대학원 생활도 졸업으로 끝내지 못한 죄책감과 좌절감 때문에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결국 해낸 것이다. 엄마는 다행이라고 했다. 내게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자체로 정말 다행이고, 지지해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미안하고 감사해서 엄마를 안은 채 펑.. 2021. 3. 23.
우울증 극복 일기 7 초진 때보다 많이 나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내가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비관적인 생각도 많이 줄어들었다. 나만 죽도록 괴롭고, 세상 모든 고난이 나만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도 일종의 나르시시즘이라고 볼 수 있을까. (신을 믿지는 않지만) 신이 그만큼 나한테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믿음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어두운 시간이 내겐 조금 길었을 뿐이고 나도 여느 누구와 같이 이 시간을 극복해낼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이대로 죽기는 아깝다는, 언젠가 빛 볼 날이 올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끝없이 비관적인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무엇보다 다행인 건, 햇볕 아래에서 걸을 힘이 다시 생겼다는 것이다. 발걸음 하나 내딛는 것조차 힘.. 2021.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