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울극복일기22

우울증 극복 일기 6 오늘은 드물게 기분이 괜찮은 날이었다. 나는 여전히 한심하지만 기분만은 괜찮았다. 약효가 들고 있는 모양이다. 간신히 떼어내던 발걸음이 오늘은 가벼웠고, 목구멍까지 버겁게 넘기던 음식도 오늘은 잘 넘어갔다. 너무 잘 넘어가서 탈일 지경이다. 역시 이번주부터 먹기 시작한 아빌리파이정의 공이 큰 걸까? 이 약을 먹으면 식욕이 증진되고 살이 많이 찐다는 썰을 본 후 인터넷 커뮤니티 이곳저곳에 더 검색을 해봤는데, 역시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2-30대 여성들이 차고 넘쳤다. 아픈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으면서도 외형의 변화까지 두려워해야 한다는 게 부조리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더 이상 살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아직 찌지도 않은 살 때문에 전전긍긍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이렇게 결심하게 만든 한 댓글을.. 2021. 3. 18.
우울증 극복 일기 5 나의 우울을 이렇게 글로 기록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기록을 위해 우울을 곱씹는 과정에서 그 우울에 더 매몰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이걸 극복해낸다면, 그런 날이 온다면, 내가 이런 적도 있었구나. 이런 과정을 통해 극복해냈구나 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써온 글을 읽어보고 싶다. 그런 날이 오기만을 바라며 오랜만에 다시 기록을 해본다. 월요일엔 세번째 내원을 했다. 차도가 없어서 약의 종류를 전면적으로 바꾸었다. 아빌리파이정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약을 먹으면 살이 찔 수도 있다는 얘길 많이 봐서 그게 제일 걱정이다. 여기서 살이 더 찌면 대체 어떻게 일상 생활을 하라는 건지.. 지금도 충분히 힘든데. 아직까진 그 약을 한 번밖에 복용하지.. 2021. 3. 17.
우울증 극복 일기 4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엄마가 알게 되었다. 내가 직접 말한 건 아니고, 며칠 전 내 방에서 무언갈 찾으려고 하다가 책상 서랍 속 약 봉투를 발견하신 거였다. 요 며칠 간 엄마가 내 마음 상태를 계속 신경쓰신 건 이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돈 못 벌고 그러는 게 불효가 아니라 이런 걸 계속 숨기는 게 불효라고. 가장 먼저 가족에게 말하라고. 가족은 모두 내 편이니까. 나도 울고 엄마도 울었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에도 잠시 정신과 약을 먹은 적이 있는데, 몇 년이나 흐르고도 이런 문제로 엄마를 울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엄마가 외출하자마자 침대에 누워 또 소리내어 울었다. 이렇게 자주 우는 건 참 오랜만이다. 내가 이런 어른이 될 줄 몰랐는데. 아니, 어렴풋.. 2021. 3. 11.
우울증 극복 일기 3 나는 그냥 새로운 아침이 오는 게 끔찍하게 싫은가보다. 일찍 일어나보겠다고 유료 알람 어플도 설치하고 자기 전 아침 루틴까지 세우고 잤건만, 알람이 울리기 1시간 전쯤 저절로 눈이 떠지면 그대로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어 버린다. 눈이 떠지면 그대로 일어나면 되는건데. 일어난다는 건 그날 하루가 시작된다는 일이고, 나는 알람을 끄고 하루의 시작을 스스로 차단해버리고 만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오후 12시가 되도록 침대에만 누워 있었다. 일어나서는 어제 먹다 남은 아몬드와 집에 있는 과자를 입에 쑤셔넣었다. 충분히 건강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데도, 집에 과일이 있는데도 또 아무렇게나 먹었다. 몸무게를 재보니 1kg가 더 늘어있었다. 한동안 식습관을 개선하면서 감량했던 몸무게가 서서히 다시 돌.. 2021.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