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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 - 지이 요즘 출판되는 에세이집 표지들은 전부 누워있는 사람 일러스트라는 우스갯소리를 본 적이 있다. 사실 또한 요즘 쏟아져 나오는 '집에 있는데 집에 가고 싶다' '열심히 살아버렸다' 어쩌구.. 류의 에세이집 표지의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솔직히 기대감을 주는 표지는 아니지만 막상 펼쳐보면 은 '유치원생 수준의 의지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엑기스만 담겨있는 매우 유용한 실용 서적이다. '진짜 게으른 사람'은 이 책을 읽는 것마저 미룰 확률이 높다는 걸 안다. 나도 구입해 놓고 며칠 후에야 읽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프로게으르머라도 꼭 시간을 내서 읽어보았으면 한다. 이 책은 완벽한 실용서다. 은 거두절미하고 처음부터 '일단 이거부터 하라!'고 조언한다. 저자가 자칭 '진짜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 2021. 3. 22.
우울증 극복 일기 7 초진 때보다 많이 나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내가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비관적인 생각도 많이 줄어들었다. 나만 죽도록 괴롭고, 세상 모든 고난이 나만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도 일종의 나르시시즘이라고 볼 수 있을까. (신을 믿지는 않지만) 신이 그만큼 나한테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믿음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어두운 시간이 내겐 조금 길었을 뿐이고 나도 여느 누구와 같이 이 시간을 극복해낼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이대로 죽기는 아깝다는, 언젠가 빛 볼 날이 올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끝없이 비관적인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무엇보다 다행인 건, 햇볕 아래에서 걸을 힘이 다시 생겼다는 것이다. 발걸음 하나 내딛는 것조차 힘.. 2021. 3. 22.
"꿈은 달라질 수 있다"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도 가슴이 벅찰 때가 있다. 그런 이유로 김유진 미국변호사 유튜브를 구독한다. 미라클 모닝을 직접 실천하기에 난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김유진 변호사의 유튜브를 보고 있을 때 만큼은 '미라클'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언젠간 사람다운 삶을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피어오르곤 한다. 책에도 이미 나온 이야기지만 최근 업로드된 영상을 통해 다시금 강조한 내용이 나에게 큰 용기를 주어서, 직접 기록하여 마음에 다시 새겨보려 한다. 내가 용기를 얻은 말은 제목에도 썼듯이 "꿈은 달라질 수 있다"라는 한마디이다. "저는 꿈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한 가지를 이뤘으면 또 새로운 꿈이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꿈이 바뀌어서 내가 가.. 2021. 3. 21.
우울증 극복 일기 6 오늘은 드물게 기분이 괜찮은 날이었다. 나는 여전히 한심하지만 기분만은 괜찮았다. 약효가 들고 있는 모양이다. 간신히 떼어내던 발걸음이 오늘은 가벼웠고, 목구멍까지 버겁게 넘기던 음식도 오늘은 잘 넘어갔다. 너무 잘 넘어가서 탈일 지경이다. 역시 이번주부터 먹기 시작한 아빌리파이정의 공이 큰 걸까? 이 약을 먹으면 식욕이 증진되고 살이 많이 찐다는 썰을 본 후 인터넷 커뮤니티 이곳저곳에 더 검색을 해봤는데, 역시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2-30대 여성들이 차고 넘쳤다. 아픈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으면서도 외형의 변화까지 두려워해야 한다는 게 부조리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더 이상 살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아직 찌지도 않은 살 때문에 전전긍긍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이렇게 결심하게 만든 한 댓글을.. 2021. 3. 18.
우울증 극복 일기 5 나의 우울을 이렇게 글로 기록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기록을 위해 우울을 곱씹는 과정에서 그 우울에 더 매몰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이걸 극복해낸다면, 그런 날이 온다면, 내가 이런 적도 있었구나. 이런 과정을 통해 극복해냈구나 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써온 글을 읽어보고 싶다. 그런 날이 오기만을 바라며 오랜만에 다시 기록을 해본다. 월요일엔 세번째 내원을 했다. 차도가 없어서 약의 종류를 전면적으로 바꾸었다. 아빌리파이정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약을 먹으면 살이 찔 수도 있다는 얘길 많이 봐서 그게 제일 걱정이다. 여기서 살이 더 찌면 대체 어떻게 일상 생활을 하라는 건지.. 지금도 충분히 힘든데. 아직까진 그 약을 한 번밖에 복용하지.. 2021. 3. 17.
우울증 극복 일기 4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엄마가 알게 되었다. 내가 직접 말한 건 아니고, 며칠 전 내 방에서 무언갈 찾으려고 하다가 책상 서랍 속 약 봉투를 발견하신 거였다. 요 며칠 간 엄마가 내 마음 상태를 계속 신경쓰신 건 이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돈 못 벌고 그러는 게 불효가 아니라 이런 걸 계속 숨기는 게 불효라고. 가장 먼저 가족에게 말하라고. 가족은 모두 내 편이니까. 나도 울고 엄마도 울었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에도 잠시 정신과 약을 먹은 적이 있는데, 몇 년이나 흐르고도 이런 문제로 엄마를 울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엄마가 외출하자마자 침대에 누워 또 소리내어 울었다. 이렇게 자주 우는 건 참 오랜만이다. 내가 이런 어른이 될 줄 몰랐는데. 아니, 어렴풋.. 2021.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