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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심리지원센터 상담 3회기 상담 시작 시간에 맞춰 센터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9시 10분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8시 50분에 일어났다. 미친듯이 준비를 다 하고나니 12분이 지나있었다... 이게 되네; 어떻게든 침대에서 꾸물거리는 시간을 늘리려고 했던 내 행동보다, 결과적으로 지각하지 않았다는 점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어쨌든 제 시간에 도착했고 손해 본 것도 없으면 굳이 내 행동을 책망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렇게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쓰며 나를 비난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니, 자기비하가 정말 몸에 배어있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아무리 허들을 낮춰 지금 내가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계획을 세워도 하루를 넘기지 못하는 것,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면 하루를 전부 망친 것 같은 기분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 결국 또다시 자.. 2022. 8. 18.
서울심리지원센터 상담 2회기 자발적으로 신청한 상담인데도 날짜가 다가오면 가기가 싫어진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아닌 타인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건 너무 큰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그래도 막상 다녀오면 상담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피드백 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캐해' 당하는 걸 좋아한다. 그렇기에 자신에 대해 간결명료하면서도 재미있게 해석해주는 엠비티아이가 각광받는 거겠지. 심리상담도 어떻게 보면 캐해의 일종인 것 같다. 지금의 나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왜 이렇게 형성되었는지 돌아볼 수 있으니까. 다행히 좋은 상담사분이 배정되기도 했다. 아직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진 못했지만, 상담 받을 때 편안한 기분이 들도록 이끌어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2022. 8. 11.
서울심리지원센터 상담 1회기 서울시의 지원을 통해 무료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심리지원센터가 있다(권역 별로 네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센터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신청할 수 있고, 일련의 심리 검사를 받은 후 상담사를 배정 받는다. 상담은 최대 8회기까지 진행된다. 나는 신경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지금 내 상태에 대한 더 깊이있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서울심리지원 동남센터에 상담을 신청하게 되었다. 무료로 진행된다는 이점과, 코로나 이후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인해 신청을 한다 해도 내 차례가 올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나는 3개월 정도 대기해야 한다고 안내 받았지만, 실제로 심리 검사는 7월 중순에 했고 첫 상담은 8월 초에 받게 되었으니 한 달이 좀 안 되게 대기한 셈이다. 상담이 .. 2022. 8. 4.
성인 ADHD 치료를 시작하다 그저 우울증과 그에 동반한 무기력증을 앓고 있다고만 여기고 살던 내게 새로운 증상이 추가되었다. 바로 성인ADHD다. 작년 말 즈음부터 몇 개월 간 멋대로 단약했다가 3월 경에 감정기복이 평소보다 심해진 것을 계기로 다시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원래 다니던 병원은 버스 1번, 지하철 1번을 타고 가야했는데 이것이 병원에 쉽게 발을 끊게 만든 하나의 원인이 된 것 같아, 집에서 도보 5분 거리의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지독한 회피성이라, 마음대로 단약했던 주제에 다시 그 병원에 얼굴을 내밀기가 싫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초진 날, 적어도 10년 이상 지속되어서 정상적인 일상 생활을 하지 못하도록 날 망가뜨린 습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래에 얻게 될 더 큰 보상을 기다리지 못하고 즉각적인 쾌락만 추.. 2022. 8. 3.
우울증 극복 일기 22 띄엄띄엄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기록을 이어와서, 내가 언제부터 다시 상태가 나빠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찾아온 무기력 때문에 힘들어 하기 시작한 지 곧 있으면 한달이다. 지난 약 3주를 되돌아보기도 두려울 정도로 나는 엉망이었다. 어떤 식으로 엉망이었는지 굳이 구구절절 늘어놓고 싶지도 않다. 그냥 자기 불신과 혐오가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래도 기록을 하고자 블로그를 켰으니 이유를 몇 가지 정도만 들어보자면 먼저 병원에 무단으로 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대로라면 이번 주 수요일에 갔어야 했을 병원을 자느라 가지 못했다. 아니, 가지 못한게 아니다. 그저 누워 있고만 싶다는 마음에 가지 않았다. 병원에서 오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자연스레 약 복용도 끊긴 상태다. 나는.. 2021. 6. 5.
우울증 극복 일기 21 무기력이 내 곁을 떠나가질 않는다. 한창 무기력증과 우울증 때문에 병원을 가야하는 걸까 걱정하던 시기에 반복하던 것과 같은 행동들이 또 나타나고 있다. 새벽까지 sns 보기, 오후가 되도록 일어나지 않기, 가야하는 곳 귀찮아서 안 가기... 여기에 폭식까지. 어떻게 이렇게 한 순간에 과거의 나로 돌아가버릴 수가 있을까? 그래도 한달 정도 노력하면 좋은 습관이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부 헛된 기대였다. 대체 언제까지 멍청하고 게으르게 살아온 죗값을 치러야 하는 걸까. 언제쯤 나도 제대로 된 인간이 될 수 있는 걸까. 다시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나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과 자신감이 다시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건강하게 살면서 가벼워졌던 몸에도 다시 살이 붙고 있고, 딱 그만큼 자기혐오도 차.. 2021.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