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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76

[리뷰] 폭력의 진부함 - 이라영 이라영 작가님의 글은 '정치적인 식탁'으로 처음 접했다. 공감 가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아서 처음으로 필사라는 걸 해본 책이기도 했다. 다른 글들도 읽어보겠다고 다짐만 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던 때에, 신간인 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다. 여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겪는, 너무 일상적이라 종종 여성마저도 그저 사적인 사건으로 덮어두는 폭력에 대해 직설적이고 비판적으로 논하는 책이었다. 구성은 크게 1, 2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먼저 1부에서는 작가 본인이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은 경험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복기한다. 페미니스트들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사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내놓은 것은 약 50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사회는 여성의 경험을 사적인 것으로 .. 2021. 2. 24.
그냥 이런저런 넋두리 1 옛날 꿈을 꿨다. 옛날옛적 초등학생 시절 동창도 나오고, 대학 동기도 나오고... 하룻밤 꿈으로 일대기 하나를 쓴 기분이다. 꿈이란 건 항상 내용이 중구난방이기 마련이고 잠에서 깨어난 지도 몇 시간이 지나서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딱 하나 제대로 기억나는 부분은 대학 동기들과 대화하며 20대 초반 시절을 그리워 했다는 거다. 꿈인데도 옛날을 추억하며 가슴이 찌릿거리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과거란 어쩜 이렇게 끝도 모르고 미화되는 걸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내 20대 초반 시절은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았다. 일상은 단조롭기 짝이 없었고, 자존감은 그때도 지금만큼이나 낮았고. 즐거운 기억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가끔 꺼내볼 수 있는 즐거운 기억의 조각들은 먼 과거까지 거슬러가지 않아도 충분.. 2021. 2. 20.
[리뷰]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 김유진 나는 정말 오래 전부터 늦잠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버릇을 고치고 아침형 인간이 되길 꿈꿔왔었다. 관련 도서도 읽어보고, 내일부턴 바뀌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닝 루틴을 세워봤지만 항상 제자리걸음이었고 실패를 반복한 끝에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결론을 내고 말았다. 어떤 외국인(유명인이겠지만 기억이 안나서 이런 표현밖에..)이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한 것도 봤다. 아침형 인간이 남들과 다른 점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우쭐대는 것 뿐이랬나.. 대충 이런 뉘앙스였는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걸 보며 그래, 일찍 일어나든 아니든 뭐 그렇게 다른 삶을 살겠어?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무리 자기합리화를 해도 객관적인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은 남들보다 훨씬.. 2021. 2. 18.
[리뷰]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 박혜정 여성주의에 무지하고, 내가 보고 배워온 것들이 당연하다고만 여기며 살던 때에는 성착취에 대한 비판의식도 물론 없었다. 미디어를 통해 일상적으로 송출되는 '룸살롱'에서 노는 장면, 으슥한 길거리에 줄지어 있는 불건전한 분위기의 간판들(주로 여성의 이름으로 여겨지는 고유명사가 업소의 이름이었고, 이런 곳을 '방석집'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성인이 된 후에야 알았다)을 보며 의아함을 느꼈을 뿐이다. 대한민국은 성매매가 불법인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업소들이 버젓이 운영되고, 티비에서는 왜 그런 장면을 자꾸 보여줄까. 성매매가 불법임을 알기 전에는 그냥 '남자가 여자를 끼고 노는' 건 성인 남녀 사이에서는 흔히 있는 일인 줄만 알았고 그 안에 얽힌 권력 관계를 읽어내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다. 여러모로 우리.. 2021.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