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록76 우울증 극복 일기 5 나의 우울을 이렇게 글로 기록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기록을 위해 우울을 곱씹는 과정에서 그 우울에 더 매몰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이걸 극복해낸다면, 그런 날이 온다면, 내가 이런 적도 있었구나. 이런 과정을 통해 극복해냈구나 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써온 글을 읽어보고 싶다. 그런 날이 오기만을 바라며 오랜만에 다시 기록을 해본다. 월요일엔 세번째 내원을 했다. 차도가 없어서 약의 종류를 전면적으로 바꾸었다. 아빌리파이정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약을 먹으면 살이 찔 수도 있다는 얘길 많이 봐서 그게 제일 걱정이다. 여기서 살이 더 찌면 대체 어떻게 일상 생활을 하라는 건지.. 지금도 충분히 힘든데. 아직까진 그 약을 한 번밖에 복용하지.. 2021. 3. 17. 우울증 극복 일기 4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엄마가 알게 되었다. 내가 직접 말한 건 아니고, 며칠 전 내 방에서 무언갈 찾으려고 하다가 책상 서랍 속 약 봉투를 발견하신 거였다. 요 며칠 간 엄마가 내 마음 상태를 계속 신경쓰신 건 이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돈 못 벌고 그러는 게 불효가 아니라 이런 걸 계속 숨기는 게 불효라고. 가장 먼저 가족에게 말하라고. 가족은 모두 내 편이니까. 나도 울고 엄마도 울었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에도 잠시 정신과 약을 먹은 적이 있는데, 몇 년이나 흐르고도 이런 문제로 엄마를 울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엄마가 외출하자마자 침대에 누워 또 소리내어 울었다. 이렇게 자주 우는 건 참 오랜만이다. 내가 이런 어른이 될 줄 몰랐는데. 아니, 어렴풋.. 2021. 3. 11. 우울증 극복 일기 3 나는 그냥 새로운 아침이 오는 게 끔찍하게 싫은가보다. 일찍 일어나보겠다고 유료 알람 어플도 설치하고 자기 전 아침 루틴까지 세우고 잤건만, 알람이 울리기 1시간 전쯤 저절로 눈이 떠지면 그대로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어 버린다. 눈이 떠지면 그대로 일어나면 되는건데. 일어난다는 건 그날 하루가 시작된다는 일이고, 나는 알람을 끄고 하루의 시작을 스스로 차단해버리고 만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오후 12시가 되도록 침대에만 누워 있었다. 일어나서는 어제 먹다 남은 아몬드와 집에 있는 과자를 입에 쑤셔넣었다. 충분히 건강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데도, 집에 과일이 있는데도 또 아무렇게나 먹었다. 몸무게를 재보니 1kg가 더 늘어있었다. 한동안 식습관을 개선하면서 감량했던 몸무게가 서서히 다시 돌.. 2021. 3. 10. 우울증 극복 일기 2 엄마라는 존재는 제 자식에 한해서만 어떤 촉 같은 게 생기는 걸까? 최근 들어 엄마가 내 상태를 부쩍 걱정하기 시작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데도,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는데도 요즘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을 하신다. 아직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걸 알릴 용기가 나지 않아 요즘 우울하냐는 질문을 들어도 아니라고, 괜찮다고 둘러댔는데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시지 못한 것 같다. 언젠가는 말을 해야만 하는데 그걸 언제로 정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더 이상 엄마에게 짐을 얹고 싶지 않다. 영원히 숨기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어떻게든 숨기고 사는 상태에서 벗어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오늘 두 번째 내원 후 약 처방을 기다리고 있는.. 2021. 3. 9. 이전 1 ··· 5 6 7 8 9 10 11 ··· 19 다음